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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권/춘설! 봄을 느끼는 따뜻한 눈을 보며
administrator  (Homepage) 2009-06-26 22:12:00, 조회 : 688, 추천 : 59

- 라인권 목사 -

새벽기도 나서다 보니 눈이 하얗게 내리고 있었습니다. 우수가 지나고 경칩이 가까운데 한겨울 같이 칼바람 불며 싸락눈을 뿌리는 풍경을 보자 정지용의 시 ‘춘설’이 생생하게 살아나왔습니다.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춘설의 첫 구입니다. 이로 보아 그날 정지용은 오늘 저처럼 이른 아침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열었다가 문득 밤새 내린 봄눈에 덮인 산을 보고 이마가 서늘한 신선한 한기를 느꼈을 것입니다.

이 정지용의 춘설을 읽으면 질문이 일어납니다. 그의 시는 모국어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토속어의 정겨움을 재발견하게 해줍니다. 춘설도 그렇습니다. 이렇게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춘설에서 왜 정지용은 봄눈이란 순수 우리말을 두고 春雪이라는 한자어 제목을 채택했을까 궁금합니다. 그래서 ‘봄눈’과 ‘춘설’을 번갈아 여러 번 발음해 보았습니다. 번갈아 발음해 본 것은 봄눈과 춘설, 어느 쪽이 시적어감을 가지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결론은 봄눈보다 춘설이 더 시적인 어감을 가진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봄눈하면 왠지 평범한 한 느낌이지만 춘설하면 해석적이며 세련미를 느끼게 합니다. 한글세대인 필자도 그렇다면 한문세대인 정지용은 더욱 그랬으리라고 여겨집니다. 이렇게 시는 같은 말을 어떻게 쓰느냐에 시의 생명이 있습니다.

이것이 어찌 시에 국한 되겠습니까? 흔히 “어” 다르고 “아” 다르다고 합니다. 일상생활의 언어에도 어감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같은 말을 해도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고 기쁨을 주기도 하고 불편하게하고 심지어 싸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말이 어떤 어감을 가지는가는 순전히 어떤 마음에서 말하는가에 달려있습니다. 아무리 달콤한 말을 해도 마음에 미움이 있으면 비수같이 날카로울 것이요 아무리 엄하게 말해도 마음에 사랑을 두고 하는 말은 부드럽게 들릴 것입니다. 마음에 악감정을 가진 말은 입술에 꿀을 바른 듯이 말해도 한겨울 눈보라와 같이 사람의 마음을 싸늘해지게 할 것이며 마음에 애정을 두고 하는 말은 마치 춘설 같아 말은 엄해도 굳은 마음을 녹여 줄 것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악인의 특징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그 입은 우유기름보다 미끄러워도 그 마음은 전쟁이요 그 말은 기름보다 유하여도 실상은 뽑힌 칼이로다”(시55:21)이런 구절들이 성경에 얼마나 많은지에 우리가 새삼 놀랄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믿음은 야고보가 말한 것과 같이 두마음으로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믿음은 거짓이 아니라 진실과 사랑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무슨 말을 하든지 그 말에 심판이 따릅니다. 그러므로 우리 그리스도인은 시인이 말을 선택하는 것보다 더 섬세하게 언어를 선택해야하고 시심보다 더 고운 마음으로 말해야할 것입니다. 이렇게 믿음으로 말한다면 정지용이 봄눈에서 받은 선뜻한 신선함을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서 느끼게 되지 않겠습니까? 이것이 가까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자신을 행복하게 할 것입니다. 자기가 한 말에 스스로 부끄럽고, 한밤을 후회로 보내 본적이 누구나 한번 씩은 있어 보지 않으셨습니까? 일기 예보는 내일 봄을 시샘하는 춘설이 내린다고 합니다. 내일은 차가워도 봄을 느끼게 하는 따뜻한 눈을 다시 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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