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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권목사 / 햅쌀밥 그 맛있는 추억
administrator  (Homepage) 2009-11-01 04:25:34, 조회 : 531, 추천 : 53

햅쌀밥 그 맛있는 추억

                                                                                                            - 라인권 -
  추석 때만 해도 아직 푸른빛이 싱싱하던 논이 오늘 오전 교회 나오는 길에 보니 어느덧 꾀꼬리 빛이 되어 황금 들판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잘 익은 벼는 꾀꼬리 빛이 납니다. 정오의 햇살아래 빛나는 가을 논도 좋지만 햇살이 비끼는 시간 특히 지는 가을 햇살을 환히 받은 벼는 탄성을 올릴 만큼 황홀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때면 지평선이 보이는 툭 터진 너른 들녘에 가고픈 충동을 느낍니다. 꾀꼬리 빛으로 익어가는 벼를 보다 문득 어린 시절 이때면 먹던 햅쌀밥의 잊을 수없는 맛이 떠올랐습니다.

돌아보면 그 시절엔 햅쌀밥을 먹는다는 자체가 감격이었습니다. 보리가 나면서는 긴긴 여름 내내 쌀 한 톨 없는 꽁보리밥만으로 삽니다. 그러니 언제 쌀밥을 먹게 되나 햅쌀이 나오기를 고대합니다. 그러나 가을이 되고 벼가 익어도 금방 햅쌀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벼가 익으면 아버지와 함께 일부분의 벼를 벱니다. 그리고 훌태로 훓터서 몇 날을 멍석에 말려야 하고, 벼가 적당히 마르면 방앗간에 가서 방아를 찧어 와야 비로소 햅쌀밥을 지을 수가 있게 됩니다. 그래서 첫 햅쌀밥은 의례히 저녁상에 오르기 마련입니다.

어머니가 이 갓 찧어와 아직도 온기가 남은 수정 같은 햅쌀로 밥을 지어 저녁상에 올린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햅쌀밥은 희다 못해 약간 푸른 기가 돌았습니다. 어머니는 첫 햅쌀밥을 지을 때는 꼭 양념간장과 겉절이를 내셨습니다.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하얀 햅쌀밥의 빛깔이 우선 눈에 맛있고, 그 구수한 밥 냄새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윤기가 나는 따끈한 햅쌀밥을 양념장에 비벼서 먹던 그 맛과 햇무를 숭숭 삐져 넣고 끓인 청국장과 먹던 맛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지금이야 햅쌀로 밥을 지어 먹어 봐도 햅쌀밥을 먹는 다는 감격도 없고 그때 그 맛이 나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당연합니다. 지금은 항상 쌀밥을 먹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손으로 심고 가꾸고 거두는 수고와 기다림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햅쌀밥의 맛은 햅쌀의 맛만이 아닌 수고와 보람의 맛, 기다림에서 오는 맛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행복이기도 했습니다.

말씀의 맛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말씀에 주리고 목마름과 말씀의 양식을 먹으려는 수고와 기다림은 말씀을 마치 햅쌀밥맛이 되게 할 것입니다. 천고마비의 햅쌀의 계절에 말씀의 맛을 잃는 것은 참을 수없는 일입니다. 어릴 적 햅쌀밥 먹기를 기다린 것 같이 말씀 먹기를 힘쓰고 기다려 이번 가실이 말씀의 맛과 말씀을 먹는 감격을 되찾는 계절이 되게 해보시지는 않으시렵니까? 가을이 깊어가는 꾀꼬리 빛 논을 보니 햅쌀밥 한 그릇으로 마냥 행복하던 것이 그리워지고 그 시절 햅쌀밥 맛이 더욱 그립습니다.            





administrator
columnist(칼럼니스트) 라목사님의 column(칼럼)을 오늘도 유익하게 읽었습니다.
저의 어렸을 적의 추억을 그대로 반영하는 글이어서 더욱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목사님의 칼럼은 강론과 함께, 목사님 교회 교우들의 심령을 살찌게 하겠습니다.
2009-11-01
04: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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